불법파견 해결 방법, 합자기업으로 가능한가 [조남택 변호사]

작성자
Jeongyul
작성일
2018-01-17 09:24
조회
1318
1. 논의의 배경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파리바게뜨 등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파리바게뜨 본사(이하 ‘파리바게뜨’)-협력업체-가맹점 근무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사이의 관계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파리바게뜨에게 제빵기사 등 5,378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하였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 이행의 대안으로서 파리바게뜨 본사, 가맹점주협의회, 협력업체 등 3자가 합자하여 설립한 ‘해피파트너즈’라는 이른바 상생기업을 통하여 제빵기사 등을 고용하기로 하는 방침을 정하고, 제빵기사 등의 동의를 받고 있다.

불법파견에 대한 민사적 제재인 직접고용의무 이행의 대한 대안으로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등이 합자하여 설립하는 기업(이하 ‘합자기업’)을 통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방법이 논의되는 것이 이례적이라 그 의미와 한계 등에 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이하에서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 직접고용의무 이행의 대안으로서, 합자기업을 통한 파견근로자 고용의 의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파견법에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즉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주체는 사용사업주이다. 사용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 등과 설립한 합자기업이 별개의 실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합자기업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합자기업을 통한 파견근로자 고용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이행으로 인정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고용의무 이행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파견법은 당해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되는 것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파견근로자가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에도 불구하고 사용사업주 대신, 합자기업에 고용되는 것에 동의한다면, 당해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되는 것에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 파견법의 입장에서는 사용사업주가 합자기업을 통해 파견근로자를 고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 유의미성을 가지게 된다. 결국 합자회사를 통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직접고용의무 이행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직접고용의무의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의 직접고용의무 위반에 대하여 파견근로자 1인당 1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해피파트너즈’에 고용되는 제빵기사 등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서 과태료 부과를 늦춘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최근에서야 합자기업을 통한 파견근로자 고용 방법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이행의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추측건대,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파견·용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직접고용과 자회사 고용 방식 등을 들고, 기관별 특성을 반영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반영을 위해 기관별로 노·사, 전문가 등의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전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합자기업을 통한 파견근로자 고용은 직접고용 이행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의한 정규직 전환과, 파견법에 의한 직접고용은 법률적으로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을 하여야 하는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므로, 기관별 특성을 반영하여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를 유연하게 결정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반면, 파견법에 의한 직접고용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의무이다. 따라서 법이 규정하는 내용대로 이행되어야 하므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경우와는 달리, 합자기업을 통한 파견근로자 고용이 직접고용의무 이행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합자기업으로의 고용에 동의하는 근로자들에 한해 직접고용의무의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와 같은 차이점으로 인해 아래에서 살펴보는 한계가 발생하게 된다.

3. 직접고용의무 이행의 대안으로서, 합자기업을 통한 파견근로자 고용의 한계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되는 것에 대하여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더라도, 그것은 사용사업주가 과거의 불법파견관계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만을 의미한다(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 반대의사로 인하여 기존의 근로자파견관계가 사후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근로자파견관계의 불법성은 여전하지만 민사적 제재인 직접고용의무만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 반대의사로 인하여 장래의 근로자파견관계가 정당화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기존의 근로자파견관계가 지속된다면, 또다시 불법파견의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일 합자기업이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후에도 기존의 업무수행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미 불법파견 판단을 받은 바 있는 사용사업주-파견사업주-파견근로자 관계에서 파견사업주가 합자회사로 교체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사용사업주-합자기업-합자기업 소속 근로자 관계도 또다시 불법파견으로 판단받게 될 것이고, 결국 사용사업주는 또다시 합자기업 소속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합자기업을 통한 파견근로자 고용이 그나마 직접고용의무 이행의 ‘대안’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합자기업을 통한 파견근로자 고용과 동시에, 사용사업주-합자기업-합자기업 소속 근로자 관계에 대한 불법파견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수행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4. 제언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사용사업주-합자기업-합자기업 소속 근로자 관계에서 불법파견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불행하게도 필자의 생각은 비관적이다. 그 이유는 사업주가 불법파견인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불법파견을 예방 관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법원마저도 동일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불법파견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심급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파견법은 불법파견을 행한 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 내지 형사처벌 등의 무거운 법적 제재를 부과한다. 이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사업주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사업주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사업주의 예측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다(파견법 제2조 제1호). 정의규정은 입법자가 해당 법률에서 사용된 문언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본권 제한적 요소가 있는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과 형사처벌 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명확성의 원칙,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므로 더더욱 그러하다. 입법자는 이미 파견법에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마련해둔 것이다. 그러므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정의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그 동안 판례를 통해 제시한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을 파견법의 ‘근로자파견’ 정의규정과 비교하여 살펴보면, 정의규정과 무관한 이질적이고 모호한 요소들은 끌어들이는 한편, 정작 정의규정이 요구하는 요건들은 제외시킨 근원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법원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에 반하여 “근로자파견”의 정의규정을 해석함으로써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대법원이 파견법의 명문규정에 위반되는 입법을 한 것과 다름없으므로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반한다.

그러므로 법원은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파견법에 근거한 합헌적⋅합법적 기준으로 전환하여야 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한 판례들을 축적해나가야 할 것이다. 파견법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통로로 삼기 위해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을 모호하게 하고자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불법파견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끊임없는 공방이 되풀이되는 현상은 이번 파리바게뜨 사건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논란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에 문제가 있고, 그 판단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 해결책은 당연히 판단기준을 바로 세우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출처 : 월간 노동법률 1월호